마야로열과 오로푸체열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오홍상
들어가는 글
최근 기후 변화, 생태계 교란, 도시화에 따라 중남미 열대 지역에서는 아보바이러스성 감염병의 유행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마야로열(Mayaro fever)과 오로푸체열(Oropouche fever)은 기존 풍토병으로 간주했으나, 최근 수년 사이에 도시 확산 가능성, 임상 경과의 다양화, 진단의 어려움, 유전자 재조합 변이의 출현 등으로 인해 새로운 공중보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마야로열은 1954년 트리니다드에서 처음 보고된 후 브라질, 페루 등 아마존 분지 국가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해왔다. 그러나 최근 Aedes aegypti 모기를 통한 도시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치쿤구니야열과 유사한 도시형 유행으로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오로푸체열은 1955년 트리니다드에서 처음 보고되었고 2024년 기준 이미 중남미 7개국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WHO는 이 질병이 새로운 국가로 확산하는지 주목하고 있다.
본 원고는 두 질환의 최근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병원체 특성, 임상 양상, 진단 및 치료, 예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마야로열
마야로 바이러스(Mayaro virus) 는 1954년, 트리니다드섬의 열대우림 지대에서 발열성 질환을 앓고 있던 한 원주민의 혈액에서 최초로 분리되었다. 이 지역은 트리니다드섬 동부의 밀림 지대에 있는 Mayaro River(마야로 강) 인근 지역으로, 바이러스는 이 강의 이름을 따 '마야로 바이러스'라 명명되었다.
병원체 및 전파 양식
마야로 바이러스(MAYV)는 Togaviridae과 Alphavirus 속에 속하는 양성 단일 가닥 RNA 바이러스로, 치쿤구니야 바이러스와 유사한 관절염 유발 바이러스이다. 주요 매개체는 남미의 밀림 환경에 널리 분포하는 Haemagogus janthinomys 모기이며, 최근 도시형 매개체인 Aedes aegypti로부터도 바이러스가 분리되었다. 영장류, 설치류 등 야생동물이 숙주이며, 사람은 매개 모기에게 물리면서 우발적으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 간 직접 전파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유행 현황
브라질, 볼리비아, 페루,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14개 이상의 국가에서 감염이 확인되었다. 현재까지 문헌에 보고된 총 누적 환자는 약 900건 미만으로, 과소 진단 상태로 평가된다. 브라질 북부에서 치쿤구니야와의 공동 유행 사례가 보고되었고, 페루의 연구에서는 급성 열성질환 환자의 17.3%가 마야로열 감염자였다. 2024년 수리남을 여행한 영화 제작진 4명이 감염된 사례도 발생하며, 국제여행자를 통한 유입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브라질 등에서만 약 4,620만 명이 감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임상 증상 및 경과
감염 후 3 ~ 12일의 잠복기 (평균 약 7일)을 거쳐 급성 발열, 두통, 근육통, 안와통, 반점구진상 발진, 관절통 (주로 손목, 손가락, 발목, 발가락 등 말단관절) 이 나타난다. 급성기 질환 기간은 약 3~5일로 비교적 짧고,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관절통이 수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 특징적으로 처음 해열된 후 며칠 뒤 2차 발열이 시작되는 양상이 있어 다른 바이러스 감염증과 감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심근염, 출혈, 신경계 침범도 보고되었으나 드물고 사망도 극히 예외적이다. 대다수의 환자가 특별한 합병증이 없이 회복되나 만성 관절통으로 삶의 질 저하가 주요 문제이다.
진단
비특이적인 증상이어서 임상 진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유행 지역 거주 이력이나 중남미 열대림 방문 같은 역학적인 배경이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된다. 실험실 검사로는 RT-PCR이 표준 진단법이며, 항체 검사 및 중화항체 검사(PRNT)가 병행된다. 그러나 치쿤구니야와의 높은 교차반응성으로 인해 혈청학적 진단의 특이도는 낮다.
치료 및 예방
특이 치료제는 없으며, 해열진통제를 활용한 대증치료가 표준이다. 아스피린이나 NSAIDs는 초기 증상만으로 뎅기열과 구별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배제 전에는 사용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신경계 합병증, 심근염 등 중증의 경우에는 중환자 치료가 필요하다. 아직 상용화된 백신이 없어서 모기 회피 및 방제를 통한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다. 현재 DNA 백신,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 다양한 플랫폼의 백신이 동물실험 또는 임상 전 단계에 있다.
오로푸체열
오로푸체 바이러스(Oropuche virus)는 1955년, 역시 트리니다드섬의 남서부에 있는 Oropouche 지역에서 처음으로 인간 감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명명되었다. 이 바이러스는 최초 환자의 혈액에서 분리되었으며, ‘오로푸체’는 해당 지역을 흐르는 Oropouche River(오로푸체 강) 혹은 그 인근 마을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병원체 및 전파 양식
오로푸체 바이러스(OROV)는 Peribunyaviridae과 Orthobunyavirus 속에 속하는 음성 단일 가닥 RNA 바이러스이다. 게놈이 3개의 분절로 이루어져 있고, 4가지 유전형(IQTV, MDDV 등) 이 존재한다. 분절간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깔따구류(Culicoides paraensis)가 주요 매개체이며, 일부 Culex, Aedes 모기에서도 감염이 확인되었다. 영장류, 나무늘보, 조류 등 야생동물이 숙주이고, 도시 환경에서 사람은 증폭 숙주(amplifying host) 역할을 한다. 사람 간 전파는 일반적인 경로는 아니나 일부 수직 감염이 보고되었다.
최근 유행 현황
주로 아마존과 카리브해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2013~2015년 치쿤구니야열과 지카 바이러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남미에서 뎅기열 다음으로 흔한 풍토성 바이러스 감염병이었다. 2024년~2025년 사이 브라질, 페루, 쿠바, 볼리비아, 콜롬비아 등에서 15,000건 이상의 확진 사례가 보고되었고, 2건 이상의 사망이 공식 확인되었다. 쿠바, 브라질 등지에서는 임산부에서 태아로의 수직 감염이 보고되었으며, 유산 및 기형이 동반된 사례도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도 여행 후 귀국자 감염이 확인되어, WHO는 지역 공중보건 위험도를 ‘높음’으로 평가하고 있다.
임상 증상 및 경과
잠복기는 약 3~8일이며, 고열, 심한 두통, 안와통, 근육통, 관절통, 구토, 결막염, 반점구진상 발진 등이 나타난다. 급성기 증상은 보통 3~5일 지속되고, 대개 1주일 이내 자연 회복된다. 약 60%에서 2차 발열 및 증상 재발이 나타나며, 일부 환자에서 뇌수막염, 길랭-바레 증후군 등의 중증 신경계 합병증이 보고되었다. 사망률은 낮으나, 2024년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사망 사례가 보고되었다. 예후는 양호하고, 대부분 완전히 회복되나 임신부는 고위험군으로 보아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진단
뎅기열, 치쿤구니야열, 지카 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 감염증과 유사한 증상으로 임상 소견만으로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남미 및 카리브 지역의 방문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되고, 초기에는 뎅기열로 간주하여 진료하는 것을 추천한다. RT-PCR과 항체 검사, PRN을 활용한 혈청 검사로 진단한다. PCR은 급성기 5일 이내에 가장 유효하며, 상용화된 진단 키트는 아직 없다. 국내에서는 질병관리청 바이러스분석과로 진단 검사를 의뢰할 수 있다. 진단검사용 검체는 혈액(전혈 또는 혈청) 혹은 뇌척수액이다. 검체는 임상 증상 발생 후 7일 이내에 채취하는 것이 권장되며, 각각 혈액은 5mL 이상을 혈청 분리 용기 또는 항응고제(EDTA) 처리 용기에, 뇌척수액은 1mL 이상을 무균 용기에 각각 4℃ 상태로 보관하여야 한다. 검사 의뢰 시에는 질병관리청 시험 의뢰 규칙(「질병관리청 시험검사 등에 관한 고시」 제5조 제1항) 에 따라 별지 제7호 서식을 작성하여 검체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치료 및 예방
현재까지 특이적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없으며, 진통 해열제 등 대증치료가 중심이다. 마찬가지로 아스피린이나 NSAIDs는 초기 증상만으로 뎅기열과 구별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배제 전에는 사용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인터페론-α, 파비피라비르 등은 동물모델에서 일부 효과를 보였다. 아직 상용화된 백신이 없어서 개인 예방 수칙 준수와 방제 활동이 중요하다.
진료실에서
이 두 감염병은 최근 중남미 지역에서의 유행과 여행자 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됨에 따라, 해외 여행력이 있는 환자에서 이들 질환을 조기에 의심하고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두 질환 모두 초기 증상이 뎅기열, 치쿤구니야열,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과 유사한 비특이적 양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단지 '열이 있다'라는 사실만으로는 감별이 어렵다. 따라서 임상 증상에 대한 세심한 문진과 함께, 역학적 노출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이 필수적이다.
최근 2~3주 이내의 브라질, 페루, 수리남, 볼리비아, 쿠바 등 중남미 및 카리브 지역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급성 발열 환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한 관광 여행뿐 아니라, 선교, 출장, 가족 방문, 생태관광(ecotourism), 혹은 야외 활동 중심의 일정이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당 지역에서 야외에서 머문 시간의 길이, 모기 물림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묻는 것이 좋다. 우선 뎅기열, 치쿤구니아열 등에 대한 검사를 해보고, 이들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이 두 감염병을 의심해 볼 수 있겠다.
나가는 글
마야로열과 오로푸체열은 각각 다른 바이러스군에 속하지만, 둘 다 기후 및 생태환경 변화, 매개체의 도시 적응성 증가, 국제 여행 증가 등으로 인해 새로운 감염병 위협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남미 방문 후 급성 발열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두 질환을 감별 진단해야 하며, 해외 여행자와 의료인에 대한 교육 및 예방 수칙이 강조되어야 하겠다. 향후 RT-PCR 기반 다중 진단 체계 구축, 표준 임상 지침 개발, 국내 유입 감시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1. Wei LLL, Tom R, Kim YC. Mayaro Virus: An Emerging Alphavirus in the Americas. Viruses. 2024;16(8):1297. Published 2024 Aug 14.
2. Wesselmann KM, Postigo-Hidalgo I, Pezzi L, et al. Emergence of Oropouche fever in Latin America: a narrative review. Lancet Infect Dis.
3. PAHO, CDC, W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