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 A형(H5N1) 바이러스는 1959년 스코틀랜드에서 처음으로 가금류에서 확인된 이후, 오랫동안 조류에 국한된 감염병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1997년 홍콩에서 인간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되며 전 세계적인 보건 위협으로 부상하였다. 당시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와의 직접 접촉을 통해 총 18명의 감염자가 발생하였고, 이 중 6명이 사망하면서 높은 치명률이 확인되었다. 그 이후 조류 인플루엔자 A형(H5N1) 바이러스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재확산되기 시작했고, 2003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까지 확산되며 다수의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되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70건 이상의 인간 감염이 발생했으며, 치명률은 약 50%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2020년대에 들어서는 H5N1 바이러스의 계통이 다양해지며, 일부 변이 바이러스가 포유류 숙주에서의 적응 능력을 갖추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사람을 포함한 비조류 숙주에서의 감염 가능성과 팬데믹 위험성을 동시에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보고된 미국과 유럽의 사례에서는 바이러스가 젖소, 고양이, 개, 너구리, 곰 등 다양한 포유류에 감염된 정황이 밝혀졌으며, 이는 단순한 조류 감염병을 넘어선 공중보건 위협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24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인체 감염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으며, 팬데믹 가능성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CDC는 2024년 부터 현재까지(’25.5.16.) 70건의 조류 인플루엔자 A형(H5N1) 인체감염 사례를 확인했고, 이 중 1명이 사망하였다. CDC는 해당 사례들 중 2.3.4.4b 계열에 속하는 바이러스 두 종(A/California/147/2024, A/Washington/239/2024)에 대해 인플루엔자 위험 평가 도구(IRAT)를 통해 팬데믹 위험도를 평가하였고, 그 결과 두 종 모두 ‘중간 수준의 팬데믹 위험(moderate risk)’으로 판단하였다. 이 바이러스들은 인체 내 기존 면역이 거의 없으며, 감염 시 공중보건학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류인플루엔자의 종간 감염이 뚜렷하게 증가하면서 향후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유전자 변이의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2025년 5월 국내에서 열린 ‘조류인플루엔자의 팬데믹 위험성과 대응 전략’ 포럼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기존의 조류를 넘어 젖소, 고양이, 양, 개 등 다양한 포유류로 전파되고 있으며, 이러한 ‘스필오버(spillover)’ 현상이 반복되면 사람 간 전파가 용이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가 나왔으며 특히 H5N1 바이러스가 포유류 숙주에서 유전자 재편성(reassortment)을 일으킬 경우, 코로나19에 이어 또 다른 팬데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되었다. 특히 최근 들어 반려동물을 통한 감염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높아지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다양한 동물 종에서 감염되고 있는 가운데, 사람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고양이와 개에서의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고양이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뿐 아니라 중추신경계까지 침투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으며, 대부분의 반려동물 감염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초기 감지 및 대응이 어려운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변화는 일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 현재 국내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으나, 고위험군(가금농장 종사자, 살처분 인력 등)에 대한 예방적 조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들 대상자에 대해서는 개인보호구 착용을 철저히 하고,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노출 후 10일 이내 결막염,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발생한 경우 즉시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또한, 일차 의료기관에서는 가금류 노출력 외에도 반려동물 접촉 여부를 문진 시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으며, 특히 고위험군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을 경우 증상 유무에 대한 관찰 및 감염 예방 조치 안내를 병행해야 한다. 보건소 및 수의당국과의 연계를 통해 반려동물 감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내 반려동물 감염 발생 여부를 지속적으로 주시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장려되어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현재 국내에서 직접적인 인체 감염 사례는 없지만, 국제적 확산 양상과 종간 전파, 반려동물 감염 가능성을 고려할 때 조기 감지와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차 진료기관은 이러한 변화하는 역학 양상을 반영하여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관련 증상 환자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