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6 ISSUE 18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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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를 대비한 정부와 의료계, 국민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2021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을 달성하면 코로나19 전파가 줄어들면서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백신을 맞은 사람에서 중증 감염이 줄어드는 것이 다른 나라의 예에서도 많이 보고되었으며, 2차 접종을 마친 사람에서는 백신의 보호 효과가 70~90퍼센트 가까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전파력이 높은 델타변이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백신접종률이 점점 상승하고 있음에도 4차 유행은 예상과 다르게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이나 영국, 이스라엘의 상황을 보더라도 예방접종만으로 델타변이의 유행을 막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위드 코로나”는 이렇게 좀 더 현실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코로나 유행이 장기간 되었을 때 일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으로 전환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할 것인지,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찾아서 검사하고 격리하는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테고, 당연히 현재의 환자 치료 체계의 문제점을 찾아 장기간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의료체계로 재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도 포함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는 코로나 감염이 의심될 경우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게 되고, 무증상이나 경증의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하게 됩니다.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입원하게 되는데 감염병 전담병원은 공공의료기관이나 일부 민간병원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외 중환자실 치료는 상급종합병원이나 국립대학병원의 음압중환자실에서 담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체계에서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보건소와 감염병 전담 병원들에 업무 부담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건소에서는 선별진료소 운영과 역학조사를 같이 진행하게 되는데 환자수가 늘어나면 그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검사와 역학조사 및 격리 대상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감염병 전담병원들은 일반 환자 진료를 포기하고 코로나 환자 진료에 전념하고 있는데 실제 개인보호장구(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를 착용하는 경우 환자 진료에 훨씬 더 많은 의료진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인력 보충과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추후 위드 코로나 상황을 대비해서 어떻게 의료체계를 개편하게 될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와 의료계에 두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병원에서 신종 감염병 환자 혹은 호흡기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는 같은 수의 비감염병 환자를 치료하기보다는 훨씬 많은 인력과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의료진들이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고 환자치료를 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자주 교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같은 수의 환자를 본다고 하더라도 훨씬 많은 간호사와 의사 인력이 필요합니다. 저희 병원의 경험으로는 코로나 중환자들 치료를 위해서는 일반적인 중환자 진료에 비해 약 세 배 가까운 인력이 필요하였습니다. 또 코로나 환자의 CT 등의 검사를 진행하게 되면 적절히 소독 및 환기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CT검사실을 운용할 수가 없어 다른 환자들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유무형의 의료자원 소모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병상수, 중환자 병상수, 의료진 수만을 계산하여서는 적절한 의료체계를 재설계하기 어렵고 결국에는 병원들에서 코로나 환자 진료를 기피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또 각 병원에서 격리 병동이나 병실을 운영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적절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병원 내 코로나 환자 발생을 줄이고 환자 발생 시 대응을 위한 단계적인 방안에 대해 현실성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입원 환자나 보호자를 전수 검사하거나 입원 이후에도 추적검사를 하면 잠복기 환자가 입원 이후 발병하여 원내 유행을 일으키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예방적인 조치를 강화하면 할수록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과 의료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드 코로나는 결국 백 퍼센트 예방을 위해 무한정의 의료 자원을 투입하는 대신, 일부 원내 발병 및 유행이 생길 수밖에 없더라도 지속 가능한 수준의 예방 조치를 진행하고 병원 내에서 환자가 생기면 그때그때 대응해 가는 방향 전환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런 과정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민들, 의료계가 참여하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실제 병원들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지침의 표본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많이 간과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의료 기관 내에서 환기나 배기의 중요성인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여 코로나의 원내 유행을 줄일 수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병원들을 도와줄 수 있는 좋은 부분으로 생각됩니다.
“위드 코로나”는 단순히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코로나 방역 및 환자 진단, 치료 체계의 재조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전체 의료계 차원에서는 현재 일부 인력과 병원들이 지고 있는 의료 부담을 어떻게든 재조정하는 과정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과정을 모든 사회적 주체들이 참여한 논의의 장에서 투명하게 논의하고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리고 같이 책임을 지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울러 현재까지 전체 국민을 대표하여 과중한 업무를 담당해 주신 일선 방역 담당자분들과 의료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울산의대 감염내과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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